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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충전은 대전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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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충전은 대전이쥬

 

사실 유성구 ‘성북동’은 대전 사람들에게 그리 익숙한 동네는 아닙니다. 저도 대전에서 나고 자랐지만, 성북동의 존재만 알 뿐일부러 찾아가 본 적은 없으니까요.

집 근처만 오가며 지낸 ‘대전 촌놈’이 이번에는 마음먹고 생경한 동네 구경에 나서보고자 합니다.회사에 하루 연차를 쓰고,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와 성북동으로 떠나볼 생각인데요. 사실 ‘여행’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거창하고요.‘마실’ 정도가 맞을 것 같네요. 걸으며, 이야기하며 그리고 쉬어가며 성북동에서 하루 놀아볼까 합니다.

 

스토리텔링

 

여행준비

이번 여행을 생각하며 가장 고민한 부분은 ‘자동차로 갈것인가, 버스로 갈 것인가’ 정도입니다. 다른 건 따로 준비할 것 없었고요. 물과 간식 정도만 챙겼습니다. 41번버스가 저희 목적지인 방동저수지, 국립대전숲체원에들러 가네요. 그런데 운행 간격이 꽤 길어서 시간 맞추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친구와 상의 하에 자동차로 움직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유성구 지족동 저희 집에서 차로30분 달리면 ‘가깝지만 낯선’ 성북동에 도착합니다.

 

코스 소개

 걸으며, 치유하며

“걷는데 힘든 코스는 아니지?” 등산이라면 질색하는 친구가 눈앞에 숲길이 펼쳐지자 경계태세를 취합니다. ‘절대 아니다’라고 안심시키고 산책길에 오릅니다. 대전 8경에 꼽힐 정도로 수려한 숲길임에도 찾는 사람들이 많지않아 한적합니다. 산림욕장 입구에는 관리소 역할을 겸하는 ‘숲속의 문고’도 있습니다. 책 한 권 빌려서 숲에서읽고 반납할 수 있도록 한 곳인데,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운영하지 않고 있네요. 이곳을 혼자 찾는 여행자라면,책을 동행 삼아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같습니다. 다행히 저는 ‘불만은 많지만 재치가 있는’ 친구와 함께 인지라 걷는 길이 심심치 않네요. 3Km 등산코스인 백운동은 안내판으로 구경만 하고, 저희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인 세동마을로 향합니다. 여느 산마다 오가는사람들이 돌 하나씩 얹어 만들어진 돌무덤들이 있지요.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쩐지 그냥 지나치면 서운해친구랑 돌 하나씩 주워 올립니다.

 

평소에 산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푸른빛 성성한 숲에 들어서니 저절로 힐링되는 기분입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산을 찾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을 정도랄까요.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청량해지는 기분이 들어 몇 번이고 깊은 들숨을 쉬어봅니다. ‘카페나 가지, 산은 왜 가냐’며 초입까지 투덜거리던 ‘투덜이’ 친구도이제야 기분이 좋아진 모양입니다. 벤치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며, 잠깐 쉬어가기로 합니다. ‘거리두기’ 탓에 친구얼굴을 보고 이야기 나눈 지도 오래됐네요. 묵혀두었던이야깃거리 꺼내서 못다한 수다를 시작합니다.

 

산책길은 평탄한 듯 오름세가 있는 계단들도 있습니다. 의외의 복병은 계단에 쌓인 낙엽들이네요. 저는 가벼운트레킹화를 신었는데, 친구는 운동화 차림으로 나선지라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걷습니다. 여행 준비물이물, 그리고 하나가 더 있네요. 등산화까지는 아니더라도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트레킹화 정도는 신는 게 안전할것 같습니다. 집에서 준비해온 귤을 까주며 불평이 터지려고 하는 친구의 입을 막아봅니다.

 

가는 길에 만나는 다양한 나무 군락과 청솔모, 그리고끊어질 듯 이어지는 돌무덤들이 숲길에 운치를 더해줍니다.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강해지는 피톤치드 향이 느껴지네요. 무거웠던 몸과 마음이 한껏 가벼워진 기분입니다. 떠밀려오듯 함께 온 친구도 ‘그래도 나오니까좋네’라고 총평을 하네요. 쉬는 날이면 코로나 핑계로 집안에서 리모콘 끼고 뒹굴거리기만 했는데, 앞으로는 가벼운 숲길 트레킹을 시도해봐야겠습니다.

 

  • 성북동산림욕장

  • 유성구 성북로 463

  • 042-825-3807

 

잔잔한 물결, 위로를 건네다

이미 하루치를 다 걸었다는 친구를 차에 태우고, 방동저수지로 향합니다. 방동저수지도 수변을 따라 산책할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저희는 ‘오늘 제빵소’라는 빵집을목적지로 두고 출발합니다. 오늘 저의 여행메이트가 좀까다로운 캐릭터인 탓에 ‘저수지 가자’보다는 ‘커피 마시러 가자’라고 꼬드기는 편이 훨씬 수월하거든요.

 

빵집 근처에 주차를 하고 당과 카페인을 채우기 위해‘오늘 제빵소’로 들어가 봅니다. 산림욕장에는 눈에 띄지않던 사람들이 전부 여기에 와있나 봅니다. 평일인데도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꽤 많네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핫플’이라는 건 알았지만, 북적대는 인파가 놀랍습니다. 빵집이지만 커피와 차도 여러 종류네요. 친구랑 저는 라떼 한 잔씩과 단호박쉬폰케이크 한 조각을 시켜 야외테라스에 자리 잡았습니다. 파이, 샌드위치, 케이크 등종류가 많아 고르는데 애를 먹었네요. 이곳에서 에너지를 충전해서 근처 산책길을 돌아볼 생각입니다. 커피를마시며 찬찬히 둘러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있네요. 맛도 좋지만 숲과 저수지를 에두르고 있는 전망이음식 맛을 더해줍니다. 야외 공간에는 가마솥과 장독이자리하고 있고, 밤에는 장작불도 태우는 모양입니다. 늦은 저녁시간에 찾는 다면 ‘불멍’도 할 수 있겠는 걸요. 조경이나 야외 공간도 멋져서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제 옆에는 ‘여사친’인 게 좀 아쉽네요.

 

다리에 맺힌 피곤함이 사라질 때쯤, 가게 옆으로 조성해 놓은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기로 합니다. 친절하게 표지판으로 ‘산책로’라고 안내까지 해주셨네요. 방동저수지 길이는 187m 정도 됩니다. 걷기에 무리가 없는 거리지요. 이곳은 대전시 카누 선수들의 훈련 장소이기도 합니다. 저수지 한편으로 선수들의 카누가 켜켜이 올려져있네요. 찌를 바라보며 물고기를 낚는 강태공들의 모습도 하나둘 보입니다. 숲길과는 또 다른 ‘물길’이 주는 ‘힐링’이 있네요. 요란함 없이 잔잔한 저수지 풍경이 평온한위로를 건네줍니다. 일상에서는 만날 수 없던 낯선 풍경들이 신선한 자극이 되는군요. 차로 30분이면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니, 역시 사람은 부지런해야 합니다.다시 빵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에게 줄 빵들을 몇 가지 챙겨서 다음 일정을 향해 움직여봅니다. 오후에 또 걷기위해서 배를 좀 채워야겠습니다. ‘빵 배’와 ‘밥 배’는 따로있으니까요.

 

  • 방동저수지

  • 유성구 방동

 

성북동 힐링 숲길 클라이맥스

성북동 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국립대전숲체원(이하 숲체원)입니다. 산림욕장에서 2Km 남짓, 숲 깊은 곳으로들어서면 2019년 10월에 문을 연 숲체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41번 버스 종점이기도 하지요.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산의 날’에 맞춰 개원한 숲체원은 문 열자마자코로나 여파로 한동안 그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나마올여름에는 방역수칙에 맞춰 여름방학 프로그램들이 운영돼 아쉬움을 덜게 됐네요.

 

숲체원에 들어서면 감각적인 건물 경관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게 나지막하게 이루어져 있는모습이 찾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줍니다. 사실 숲 한가운데 콘크리트 건물이 삐죽 솟아있으면 이질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이곳은 나무로 꾸며진 외관에서부터이미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오는듯한 느낌이 드네요. 입구에 자리한 안내센터부터 대강당 등 비슷한 모양새의 건물들이 어깨를 두른 듯 줄줄이 이어져 있습니다.

 

숲체원은 빈계산과 금수봉의 산길 따라, 다섯 개의 숲길이 숨어져 있습니다. 여행을 나서기 전, 인터넷에서 미리확인해두었기에 별다른 고민 없이 저희는 ‘골짜기 숲길’을 선택했습니다. 골짜기 숲길은 930m 거리에 난이도는 하급 코스입니다. 숲체원 안내도에 코스와 난이도, 거리 등이 표시돼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숲길을 선택하면됩니다. ‘나무 막대기로 바닥을 톡톡톡 두드리면 뱀이 도망가요’ 라는 문구가 적힌 나무통에서 막대기 하나 수호신처럼 들고 출발해봅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나무로 된 구름다리가 눈에 띄네요. 전국 숲체원 중 유일하게 장애물이 없는 데크 산책길이라고 합니다. 휠체어도 힘들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고 하니, 노약자분들도 무리 없이 나들이 장소로 삼을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체들이 워크숍 등을 할 수 있는숙박동도 보이고, ‘나래마을’이라는 개별숙박동도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을 하면 숲속에서의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고 하니, 다음 기회에는 1박 2일 일정을 도모해봐야겠습니다. 숙박시설에서 취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식사는 ‘채움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산책로 이곳저곳에 아기자기한 조형물들도 많아 아이들과 찾기에도 좋아 보이네요.

 

“오랜만에 흙길 밟으니 좋네” 친구의 말에 고개를 한껏끄덕여줍니다. 숲길에는 나무마다 QR코드가 붙어 있어식물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길을 따라 오르다 내리다를 반복하며 1시간여 숲길 산책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렇게 잘 조성된 숲이 있다는 걸,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네요. 사람들에게 유명해지기 전에, 어서어서 이 한적함을 누리러 오시길 바랍니다. 홈페이지에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꼭체크해서 이용해보시고요. 친구랑 저는 다음 번 연차에한 번 더 성북동을 찾기로 약속해 두었습니다.

  • 국립대전숲체원

  • 유성구 숲체원로 124

  • 042-718-1501